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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오

APRIL 2023




이미 고유명사인 수식어가 있지만 다시 한번 소개를 해 달라.


올해로 90세가 된 대한민국 최초 여성 조종사이다.




Image Source - YES 24



월남과 여군 그리고 미국 유학까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었다. 어떤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삶의 방향을 결정했는지 궁금하다.


당시 너무 어렸기에 정체성이란 게 확립되지 않았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지만 물리수업을 좋아한 평범한 소녀였고 무언가를 만드는 발명가가 꿈이었다.



후회가 되진 않았나.


군대에 가니까 자연스럽게 집단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졌지 뭐야. 근데 발명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조종을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 조종사가 되는 과정에서 마음이 변할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았는데 그래도 어찌저찌 해냈지. 어쨌든 내가 포기해버리면 이 나라에는 여자 조종사가 못 나올 거다. 그땐 선각적인 정신 그걸로 버텼지. 오늘날 대한민국 여자 조종사가 얼마나 여자들이 잘 하고 있는가.



18살에 공군에 입대를 한걸로 알고 있다. 당시 15명의 여자 동기들은 어떻게 되었나?


전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동기들은 대체로 외모도 뛰어났고 키도 컸다. 그래서 남자 군인들이 매일같이 찝쩍대고 그랬다. 나한테는 아무도 말을 안 걸더라. 하하. 결국에는 한 명은 포탄에 맞아 사망했고 두 명은 북한에 납치됐었다. 나머지는 결혼하거나 부모들이 자식이 죽는 게 두려우니 싹 다 제대시켜버렸다. 그래서 유일하게 덩그러니 나만 남았지.



똑같이 제대할 수 있었을텐데.


부모님이 칼을 뺏으면 무라도 썰고 칼집에 넣어라고 분명히 말했다. 말을 잘 듣는 딸이었다. 우리 집안에서는 어른들이 그렇다면 당연히 그게 맞는 거였다. 살아보니 결국은 그게 맞더라고.



공군 사관학교 1기를 졸업한 기분은 어땠나?


2만 명의 관중이 지켜보고 있으니 솔직히 떨리고 무서웠다. 시범 비행 후 착륙했을 때는 이미 최초 여성 비행사라는 타이틀이 달렸다. 1951년 5월 15일 정식 전투기 조종사가 되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전투기를 한국에 들고 온 영웅. 쉽게 말해 선입견을 깨는 언더독은 무척 힘든 길이다.


지금은 국력도 있고 내가 도전 정신과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증명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단지 나 같은 사람은 군대에서 전쟁을 겪었고 전쟁 때 참전을 했고 생과 사의 기로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니까 지금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



세상에는 대다수의 ’주류’와 소규모의 ’비주류’가 어우러져서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예전과는 다르게 현대의 많은 젊은 ‘비주류’들의 행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는 악조건이 있었지만 지금은 보시다시피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인가. 도전 좋지 마음껏 도전하라 이거야. 요새 젊은 모든 분들이 하는 걸 볼 때 너무나 바람직하고 잘하는 것도 많은데, 도중하차하는 것이 또 너무나 많이 눈에 보일 때 참, 저게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긴 해.



미주리 종합군사 학원 동문이 엄청나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부터 윈스턴 처칠, 닐 암스트롱, 맥아더 장군, 말론 브란도, 제임스 가너 등 다수가 겹치진 시기는 아니었지만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는가.


세계에 한 획을 그은 어마어마한 분들이 많지. 알고 있긴 하지.



오랜 벗, 생전에 앙드레김과는 어떤 친구였나.


앙드레하고는 뭐 완전히 그냥 너니나니 하는 친구. 나는 늘 같은 옷을 입었지만은 그 패션에 대한 걸 앙드레김 살아 있을 때 많이 내가 미국에서 정보를 갖다 줬어. 내년과 후년 동안에 아주 진한 립스틱의 색깔 같은 거, 이런저런 색깔 매칭을 시키는 게 유행이라고 알려줬지. 누가 뭐래도 앙드레는 천재고 진정한 애국자였어.







조종사의 상징, 선글라스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선글라스 좋지. 난 한참 전에 제대했지만 여전히 레이벤을 착용한다.



좋아하는 이유라는 게 단순히 디자인의 장점이었나,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었나.


상공 피트에 떴을 때 직사광선 태양이 나를 비치면 시야 확보가 어렵다. 그래서 무조건 껴야만 비행이 가능하지. 근데 솔직히 거기에 멋을 곁들인다는 것도 있긴 했어. 선글라스 자체가 멋도 있지만 조종사가 끼면은 더 멋 쓰러 보여. 전투기 캡을 딱 열고 내릴 때는 선글라스부터 이렇게 벗으니까 그러니까 뭐 아주 멋지지.



레이벤은 세계 공용 파일럿의 기본 보급이었나.


미국 저기 저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탄광에서 나온 모습을 보니 보잉 선글라스를 끼고 그러더라. 조종사만이 선호하는 게 아니고 전 세계 모두의 다양한 직업 종사자들이 이 다 좋아했었다.



개인적으로 랜돌프는 어떤가.


딱히 뭐… 집에 있지만 안쓴다.



다양한 수집도 했는가.


훈련 때 방문하는 국가마다 선글라스 모델을 사서 꽤나 모았지. 디자인은 같아도 좋아하는 색이 좀 있어. 어떤 사람은 하늘색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보라를 좋아한다. 확실히 이게 다 제각각 취향이 달라. 요즘 젊은 사람들 연예인들은 안구가 작은 걸 많이 끼더라. 나도 그래서 개구리 느낌 나는 것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간의 인터뷰 내용과는 다른 상업적인 측면으로서 첫 제안이다. 보유한 기존의 선글라스와 무엇이 다르기에 승낙을 했는가.


일단 착용했을 시 여기 관자놀이와 귀에 눌리는 압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더라. 내 직업상 장시간 착용을 했었기 때문에 저급의 보급형 선글라스는 대체적으로 조종사들에게 찬밥 취급을 당했지. 거기다 애초부터 조종사들을 위한 형태로 만들었다고 어필을 했지 않느냐. 어찌저찌 됐건 뻔한 좋은 말로 포장해서 접근했겠다 싶었지만 실제로 정말 맘에 드네.



보다시피 넥이나 가슴팍에 간편하게 걸지 못한다. 대신 고정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었다.


실내에 들어갔을 때 자켓이나 상의에 대충 걸어놓으면 편하지. 당연히 나 역시도 그랬고, 말해준 대로 작은 고리는 분실 위험이 있지만 편하다면 착용이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고 오히려 감사한 거지. 아까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말했지 않나. 쉽게 접하기 쉬운 만큼 쉽게 바꾸고 질려버리는 유행. 내가 지닐 물건에 애착이나 애정을 쏟지 않는다면 그게 분명히 잘못됐지.



나아갈 방향을 조언한다면.


뭐를 하던간에 포기하지 않는 긍지는 기본이야. 세계인을 상대로 어필하고 쭉 밀어붙이면 안 되는건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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