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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콜라텍

AUGUST 2023





알지만 모르는 곳


보통의 신발이 이곳에선 한때 유행했던 바퀴 달린 힐리스가 된다. 롤러스케이트장이라고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미끄러운 바닥.


카바레의 사이키 조명. 흔히 나비 조명이라고 불리는 수십 가지의 네온 컬러가 어둠 속에서 요란하게 발광한다. 이 불빛들은 나름의 반복 규칙성을 띠며 얼굴과 복장, 구두를 비추면서 재빨리 지나가는데 반딧불이를 떠올리게 한다.


온갖 희한한 박자와 리듬이 공간을 가득 채울 높은 데시벨로 무장한 채 이곳의 음악인 뽕짝이 되어 거침없이 흘러나온다. 인간은 아주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질수록 미간을 찌푸리게 되며 포커싱을 잡기 위해 눈에 힘을 주어 집중한다. 가령 고막이 터져 나가는 전쟁통에서도 아군과 적을 구분할 수 있는 확실한 시각 말이다. 때문에 음악도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는 사람이고, 즉 이성이란 대상이 콜라텍이란 장소의 본질이지 않을까 싶다.








50대 중년도 풋내기가 되는


한국에서의 장년은 즉 환갑인 60살부터 호칭이 부여 된다.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오시는 80대 90대 어르신도 꽤 많이 계셨다. 삼삼오오 모여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탑골공원보다 선풍기와 에어컨이 있는 이곳이 더 접근성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젊은 사람이 이곳에 발을 들이면 따가운 눈초리를 쉴 새 없이 느낄 수 있다. 그들의 경계는 마치 오래된 문명을 지닌 인디언과 갓 시작한 백인들의 첫 만남처럼 느껴진다. 수없이 바뀌는 정권과 시대를 직접 경험했으니 먼저 살아온 세월의 텃새인지 보수적인 성향은 당연히 인지하고 이해해야 한다.하지만 어딜 가나 간혹 손을 내미는 소수의 분들도 계신다.









과거와 미래의 연속


어둠 속에서 무리 지어 이동하는 MZ의 클럽 문화와는 다르게 어르신들은 해가 정중앙에 위치한 점심때가 피크라고 한다. 대다수의 노인들은 일찍 일어나며 일찍 잠들지 않나. 유년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올리자면 이건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게 되는 진리에 가깝다. 낮과 밤을 마주하는 횟수는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 늘어난다. 젊음이 선사하는 체력이란 무기는 언젠가 녹슬기 마련이다.




최고의 사교클럽


카페들 사이에선 카공 족은 기피하는 부류다. 회전율을 기반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장에겐 최악의 손님이다. 하지만 콜라텍은 다르다. 안에는 술 대신 다양한 음료를 잔뜩 구비 해놓았으며 포장마차에서 팔 법한 먹거리. 업소마다 다르지만 흡연실, 대형 텔레비전 등 별의별 게 다 있다. 이 모든 구성이 입장료 단 돈 1000원이다. 금액으로만 보더라도 돈을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사별하고 혼자 남겨진, 근처를 배회하는, 얘기를 나누고 싶은, 약속 장소가 필요한, 허기가 진, 시간을 때울, 끼를 부리고 싶은, 연인을 갈구하는, 모든 상황들과 함께 공짜로 제공되는 춤과 음악. 눈치 보지 않고 들락날락할 수 있는 동네점빵인 이곳을 찾는 그들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 이미 숱한 경험들의 산물이다.


무대 속에서는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다. 설령 춤을 못 추거나 혼자 왔어도 상관없다. 잘 추고 못 추고를 떠나 누구의 시선 따위가 중요하겠나. 우린 전부 외로운 사람들이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어딜 가나 상대는 있기 마련이다.







무대의 주인


스테이지를 장악하는 이는 누굴까 생각해 보았다. 악단을 꾸리거나 전자오르간 라이브쇼를 펼치는 쪽과 그 리듬에 맞춰 현란한 춤사위를 펼치는 춤 꾼. 희로애락을 맛본 이들이 내공에 본능을 맡기는 순간 나이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시니어 모델 판이 유행하는 요즘. 늙어감을 인정하고 즐기는 중장년의 삶이 이렇게나 순수하고 열정적일 수가 있나.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이곳에서 기깔스런 디테일의 멋이 슬슬 눈에 들어오기 했다. 앞서 다뤘듯이 무기의 형태는 충분히 설명했다면 갑옷에 대해서 패션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속도로 전자올겐의 황태자 나운도 선생과 지루박의 대가들을 모셔 그간의 노련함을 우리와 함께 짧은 영상으로 녹여 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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